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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는 편견을 부추기고 접촉은 이해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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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 진단부터 추후 아동의 학교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과정에서 교사는 전문가와 유기적인 소통의 관계에 놓인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장애 아동이 일반 학교에 정착해서 도움과 지원을 받으며 생활하기 위해서는 일반 교사의 장애 아동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건 2차 분리교육 정책이잖아?"


'한국의 일반학교에는 특수학급이 존재해 장애아동들이 주로 그곳에서 배우고 생활한다'는 나의 증언을 듣고, 함께 보조교사 양성과정을 듣는 캘리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반문했다.
  
이미 특수학교/일반학교로 분리가 되어있는데, 왜 굳이 통합교육을 원하는 장애아동을 또다시 '일반학교 안에서 특수학급/일반학급으로 분리하는가'에 대한 문제 제기다.

국가가 바뀌면 질문도 달라진다
 
'정보 자판기.' 내가 현재 공부하고 있는 보조교사 자격증 과정을 부르는 별명이다. 이곳에만 가면, '장애' 관련 생활 밀착 전문가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가 동료 수강생들이 던지는 질문에 즉각 대답을 해준다.

수업을 듣는 수강생이나 강사 중에는 이미 직간접적으로 '장애월드'에 발을 담근 사람들이 있어, 체험에서 나오는 생생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예로 장애 진단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진단 뒤에는 학교에서 어떻게 학생을 지원하는지, 국가의 정책은 어디까지 와 있는지 등을 서로 질문하고 유용한 정보들을 나눈다.

'멜버른의 일반 학교 교사들과 전문가는 아동의 진단과 추후 교육활동에 있어서 어떤 소통을 할까?'

멜버른에 살면서 오랫동안 궁금했다. 국가가 바뀌면 질문도 달라진다.


당장 아들이 다니는 공립 초등학교만 해도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지적 장애, 자폐성 장애 진단을 받은 아동들이 온종일 한 교실에서 함께 지낸다. 이곳의 부모들도 가능하면 아동이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길 원하고, 중증 장애가 아닌 이상 초등학교까지는 일반학교에 보내고 싶어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해되지 않던 궁금증들이 호주의 시스템을 이해하자 퍼즐이 맞춰지듯 제자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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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조교사 과정의 과제물 중 하나인 자가확인 점검표 보조 교사 과정 중에 요구 받은 숙제. IEP를 배운 후에는 교실 현장에서 IEP에 맞춰진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지 교사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자가확인 점검표"를 작성하는 훈련을 받는다.

장애 진단부터 추후 아동의 학교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과정에서 교사는 전문가와 유기적인 소통의 관계에 놓인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장애 아동이 일반 학교에 정착해서 도움과 지원을 받으며 생활하기 위해서는 일반 교사의 장애 아동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가 아동을 진단하고자 할 때 제일 먼저 요구하는 자료가 아이를 맡은 유치원 교사나 학교 담당 교사의 종합적인 의견을 묻는 설문지다.

학습·신체발달·사회성·언어 등 아동 발달의 전 영역에 해당하는 세세하고 두툼한 설문지를 받아 들은 교사는 해당 아동의 상태와 행동을 깊게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보통 유치원 과정이나 초등학교 때 진단을 받으니 초등학교 교사를 몇 년 하다 보면 특별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동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물론 호주에도 IEP(개별화 교육 프로그램, Individualized Educational Programme)에 따른 횟수나 절차 등에 관련한 법적인 근거들이 있다. 이에 따라 학교는 학부모·학교 관계자·전문가와 함께 해당 아동의 교육 전반에 걸친 상담을 해야 한다. 하지만 호주 통합 교육은 이와 무관하게 아동에게 도움이 필요한 시기 '전문가 찬스'를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호주 통합 교육의 핵심

보통 새 학년 새 학기의 급격한 변화에 아동들이 적응하기 힘들어할 때 부모들이 요구한다. 새로 배정된 담임 교사가 아동을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오해와 어려움을 줄이고, 교사와 아동 모두에게 필요한 지원과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물론 공식적인 진단을 받지 않은 아동도 이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예로 평소에 불안이 높아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 학생이 있다면, 부모는 전문가에게 담임교사와의 면담을 요청할 수도 있다.

진단을 받은 아동의 학부모는 아이에게 필요한 지원을 학교 측에 요청하며 가정에서의 교육과 학교 교육의 일관성을 높일 수 있고, 전문가들이 아동이 처한 특별한 어려움과 이에 대한 대처 방법들을 교사에게 전수해주어 치료기관과 학교 교육의 일관성을 높인다. 부모·교사·전문가가 상의하여 필요시에는 장애 아동의 진단을 학급 친구들에게 공개하고, 교사와 전문가가 비장애 아동들의 '장애 이해 교육'을 담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단지 장애 아동에게만 해당하는 특별한 혜택이 아니다. 교사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아동들을 이해하는 교육전문가로서 성장할 기회를 자연스럽게 얻는 것이고, 다양한 요구나 배려에 훈련된 교사는 중요한 사회적 자산이 된다. 이런 교사의 자질은 비장애 아동이나 경계에 선 아동들에 대한 이해도 함께 증진시킨다. 장애 아동들과 함께 생활하는 비장애 아동들도 '다름'에 대한 이해와 관용을 어릴 때부터 함께 생활하면서 배우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건강한 사회 구성원이 될 기회를 받는 것이기도 하다.

호주 통합 교육의 핵심은 장애와 비장애 아동의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 서로 간의 편견을 낮추는 것이다. 결국 함께 어울려 살아갈 사회다.
 

이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