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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하면 직장서 유리… 그러나 성적 안 나와 HSC 선택은 적어

한국교육원 0 9302
한국신문은 올해 연중기획 이슈 중 하나로 선정한 ‘한국어 교육 진흥’과 관련해 이번 주부터 “한국어 교육 진흥 ‘로드맵’이 필요하다” 시리즈를 시작한다. 이번 시리즈는 한국어 교사와 교수, 한국과 호주정부 관계자 등이 함께 참석하는 간담회와 개별 인터뷰를 통해 준비했다. 첫 간담회는 지난 4일 주시드니 한국교육원 회의실에서 가졌으며, 이 자리에는 신기현 UNSW 교수, 김유철 오픈하이스쿨 교사, 헤련 마틴 홈부시 초등학교 교사, 나유정 카슬힐 하이스쿨 교사, 최희정 NSW주 교육부 한국어 담당관, 조영운 한국교육원장이 참석했다.                <편집자>


“제자 중 종합병원 전문의가 있는데, 한국어를 할 줄 알아서 병원 내 입지가 크게 올라갔다고 합니다. 병원을 찾는 한국인의 자녀들이 제대로 통역을 못해 제자를 찾는 일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는 한국어를 한 것이 실제로 크게 도움된다고 하더군요.”
김유철 교사는 제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한국어가 직장에서 도움이 되지만, 정작 성적이 우수한 한국 학생들은 HSC 시험에서 한국어를 선택하지 않는다”고 했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1.5세대나 2세대의 경우 유학생들과 경쟁해야 하는 ‘백그라운코스’ 밖에 응시할 수 없어서 불리했다.

헤련 마틴 교사는 “한국 학생들이 성적이 잘 나오는 일본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과외를 통해 일본어를 공부한 뒤 학교에서 일본어 수업을 100시간 미만으로 들으면 ‘초급과정(비기너코스)’으로 시험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학생들은 초급과정에서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학생들은 한글학교에서 한국어를 공부하지만 초등학교만 졸업하면 대개 중단한다. 하이스쿨 진학후 한글학교를 다니는 학생들도 대학입시에선 한국어를 선택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간담회 참석한 교사들은 “한글학교 선생님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학생들에게 동기 부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올해부터 1.5세대와 2세대 학생들을 위한 ‘한국어 헤리티지 코스’가 생겼으나 지원이 극히 저조하다. 처음 시행하는 것이라 성적이 잘 나올지 탐색하고 있다는 것. 신기현 교수는 최소한 2~3년은 지나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교사들은 많은 예산을 들여 헤리티지 코스를 개설했는데, 학생 숫자가 저조해 중단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최희정 담당관은 “지원해 달라고 호소만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어를 선택하면, 특히 헤리티지 코스를 지원했을 경우 어떤 혜택이 있고 성적이 잘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인터넷을 통해 헤리티지 코스 교재도 손쉽게 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8면 기사 참고)

이와 함께 교회나 성당 등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한글학교와 주정부 토요학교, 오픈하이스쿨, 정규학교의 한국어 교사들간 교류의 필요성도 지적됐다. 일부 한글학교는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있으나, 그렇지 못한 한글학교도 상당수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글학교와 정규학교 교사들의 선입견도 보이지 않게 작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카슬힐 하이스쿨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나유정 교사(한국어교사협의회 회장)는 “최근 한국어교사협의회와 한글학교 선생님 몇 분과 교류가 있었는데, 열의도 있었고 교사협의회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그동안 호주 공교육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체계적인 커리큘럼도 없어서 이 부분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호주인 교사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이 한국어 초급과정(비기너 코스)을 맡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또 한류의 영향으로 아직 아시안계에 머물러 있는 비(非)한국계의 한국어에 대한 관심을 호주인까지 확대하는 문제도 고민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최희정 담당관은 개인적인 생각임을 전제로, 정규학교에서 한국어가 위상을 다시 찾기 위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한국어 홍보대사’를 자임해 한국어를 널리 알려주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1.5세대와 2세대를 위한 헤리티지 코스에 대해 ‘왜 해야 되는데’가 아니라, ‘왜 하면 안 되는데’라는 쪽으로 생각을 확 바꿔보자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호소와 당부 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듯싶다. 각자 처한 상황과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자에게 맞는 이익과 혜택을 손에 쥐어주지 않으면 한국어 교육 진흥은 요원할 수도 있다. 또 교재와 교사 양성 등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가 있는가 하면, 헤리티지 코스 지원자를 늘리는 문제처럼 시급한 과제도 있다.

이처럼 한국어 교육 진흥 대책은 단순하게 ‘이렇게 하자’ 또는 ‘저렇게 하자’고 하기엔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듯하다.
따라서 서로 입장이 다르고 이해가 엇갈리는 한국어 교사와 학부모,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 모두에게 골고루 이익과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종합대책인 ‘로드맵’을 마려하는 게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2011-02-11 김인구 기자 The Sydney Korea Heral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