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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아시안 세기’

10년 전 비교 중국어 절반 감소
 
호주 고교생들 중 외국어를 배우는 비율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아시안 세기’란 구호가 무색해지고 있다. 2005년 NSW에서 1524명이 HSC 중국어 과목을 응시했다. 2015년 12학년 HSC 응시생이 12만2천 명으로 늘어났지만 중국어 응시자는 832명으로 거의 절반이나 줄었다. 이 응시생들 중 153명만이 중국어를 제 2 언어로 배우는 학생들이었고 나머지는 대부분 중국어가 모국어인 응시생들이었다.

일본어도 전체 등록수는 중국어를 능가하지만 상대적으로 줄고 있다. 영어권인 뉴질랜드를 제외하고 호주에게 가장 중요한 이웃 국가인 인도네시아어를 배우는 학생수는 100명 미만으로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NSW 고교에서 프랑스어가 여전히 가장 인기 있는 외국어다.

아시아교육재단(Asia Education Foundation)의 커트 멀레인 대표는 “여러 장애 중 영어만으로 충분하다는 단일 언어 사고방식(monolingual mindset)이 지배적인 것이 문제다. 글로벌 시대에 단일 언어 구사자는 소수 그룹으로 분류된다. 호주 교육 환경이 아직 이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개탄했다.
 
NSW 교사연맹(Teachers Federation)의 앰버 플롬 다문화담당관은 “외국어를 배우는 학생수가 감소하는 이유는 과목 개설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유자격 교사들이 공급 과잉 상태에 있다. 문제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동기 부여가 취약하고 킨디부터 11, 12학년까지 지속성이 단절된다. 7학년 때 연간 100시간 교육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NSW 주정부의 총체적인 외국어 교육 전략 부재를 문제로 꼽았다. 외국어 교사들은 “15명 학생(지원자)이 없으면 과목을 개설하지 않는 정책도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임 노동당 정부가 한국어가 포함된 아시아언어 중시 정책으로 2025년까지 한 개의 아시아 언어를 배우는 기회를 줄 것이라는 목표를 세웠고 2100만 달러의 장학금을 마련해 호주인 교사들을 지원하려 했지만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현 연립 정부는 ‘과학 테크놀로지 엔지니어링 수학(STEM :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s)’ 교육을 강조하는 교육 정책을 펼쳐 외국어 교육이 들어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고직순 기자  editor@hanho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