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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C 물리, ‘과학’이야 ‘역사’야?

한국교육원 0 8334
“물리학 역사에만 치중해 문제해결력, 공학적 분석력 결여” 비판
NSW 대학입학 시험인 HSC에서 물리를 선택하는 수험생이 줄어들자 NSW 교육이사회(Board of Studies)가 고등학교 물리 교육과정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고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가 4일 보도했다.

대학 강사들은 고등학교 물리가 물리학의 역사에 치중한 나머지 학생들의 공학적인 분석력이나 문제해결 능력을 증진시키는 데는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우려는 호주의 저명한 과학자인 이안 처브 교수가 호주의 과학, 기술, 공학, 수학 수준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경고한 것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처브 교수는 지난 2012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과학과 수학을 증진시키는 것은 중차대하고 시급한 국가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HSC 등록 과목 현황을 보면 전문가들의 우려를 해결할 만한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수학의 경우 어려운 2유닛 수학 대신 일반 수학(general mathematics)으로 몰리고 있고 물리를 선택하는 학생의 비율도 감소 추세이다.

 
시드니대 물리학과의 존 오바이언 부교수는 약 10년 전 물리 교육과정이 개정되면서 물리 과목이 지나치게 숫자 위주로 편성된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오바이언 부교수는 “물리학에 더 많은 학생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이었겠지만, 물리에 수학적인 내용만 잔뜩 집어넣는다고 학생이 몰리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HSC 물리의 문제 유형에 대해 지적하는 학자도 있다. HSC 물리 채점에 참여한 시드니대 물리학과 리차드 헌스테드 강사는 “교과서를 단순히 외워서 앵무새처럼 재생산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방식의 문제 유형이 너무 많다”며 “매년 채점할 때마다 짜증이 난다. 교육이사회는 학생들이 모두 음악이나 댄싱 코스를 선택하길 원하는 것 같다”며 비판했다.

NSW대학 물리학과 1학년 과정 책임을 받고 있는 엘리자베스 앵스트만 교수는 HSC 물리가 과학이라기 보다는 인문학 과목에 더 가깝다고 지적했다. 앵스트만 교수는 “교육 과정의 약 3분의 1 정도가 물리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 보다는 물리학 역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학자들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톰 알레고나리아스 교육이사회 이사장은 HSC 물리가 과학보다 역사에 더 가깝다는 말은 과장된 것이라면서도 “과학적 수학적 분석보다는 언어적 기술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알레고나리아스 이사장은 HSC 물리가 왜 이렇게 변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면서도 “수학만큼 의사소통도 중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고 해명했다.

서기운 기자
freedom@hoj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