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대학 학과별 등록금 인상 인하 조치 '논란 가중'..."학문의 다양성 및 학습권 침해"

최고관리자 0 3553

Students enter the University of New South Wales (UNSW) in Sydney. University fees are expected to increase in the upcoming federal budget. (AAP) Source:


연방정부의 대학재정 쇄신안의 골자인 대학 등록금 인상 방안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진행자: 연방정부의 대학재정 새신안의 골자인 대학 등록금 인상 방안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대학에서 인문학과 같은 순수학문을 공부할 경우 등록금을  두 배로 인상할 것이라고 연방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 학문의 다양성과 학생의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겁니다.

반면 취업률이 높은 학과의 등록금은 대폭 감면될 예정입니다.

대학의 학업 생태계를 지나치게 경제적 관점으로만 접근했다는 비난도 거센데요. 자세한 내용 이수민 리포터와 함께 분석합니다. 

일단 지난 금요일 발표가 나온 맥락을 보면, 현재의 코로나19 팬데믹과 불경기 상황으로 내년 대학 지원자 수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에 기초한 것이더군요.

리포터: 네, 이는 기존에 갭 이어(gap year)등으로 진학을 미루고 여행을 가거나 취업 관련 활동 등을 하던 12학년 학생들 약 2만여 명이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여행제한 조치와 얼어붙은 취업시장 등을 이유로 갭 이어 없이 바로 대학에 진학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취업시장의 경기가 좋지 않은 것도 사실상 대학 입학 지원자가 늘어나는 큰 이유가 될 것으로 보이네요. 실제로 실업률도 대폭 증가한 것으로 통계상 나타나고 있고요.

리포터: 그렇습니다. 불경기와 팬데믹으로 인한 취업난 역시 학업으로 돌아서는 수요를 증가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는데요.

보통 경기가 좋지 않을 때에는 구직자들이 공부를 이어가려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대학에 진학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것이 일련의 경향이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정부가 공식적으로 불경기가 도래했다고 발표한 게 얼마 전인데, 이번 교육부의 발표도 이러한 불경기 상황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발표인 것 같네요.

리포터: 그렇습니다. 실제로 댄 테한 장관은 현재 호주 사회가 대공황 이후 가장 극심한 취업난에 맞닥뜨렸다고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더불어 현 상황과 관련해 가장 크게 체감할 집단은 청년층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렇기 떄문에 정부가 청년층의 상황을 고려해서 최대한 취업 시장에 친화적인 방향으로 교육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논리죠.

진행자: 그렇군요. 친 취업 정책이라고 정부가 다시금 확언을 했는데,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들이 향후 진학과 관련해 영향을 받게 되는 건가요?

리포터: 네, 간단히 말하면 당근과 채찍이라고 보실 수 있는데요. 정부가 보기에 취업시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판단되는 산업 분야와 관련된 전공 위주로 학생들을 재배치하도록 적절한 유인책을 제공하겠다는 겁니다.

진행자: 유인책이라는 것은 결국 등록금을 얘기하는 거죠?

리포터: 네, 즉 인력이 많이 필요하거나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산업분야의 전공은 등록금을 낮춰서 입학생의 수를 늘리고, 정부의 판단에 별로 그렇지 못할 것 같은 학문들은 등록금을 대폭 높이겠다는 건데요. 결국은 일종의 구조조정인 셈이죠.

진행자: 정부가 상당히 직접적인 개입의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요.  대학이 취업을 위한 발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또 학문의 전당으로서의 역할도 있다는 점에서 다소 우려가 되기도 하네요.

리포터: 네, 그렇죠. 사실 취업을 위해서라면 TAFE라는 교육기관이 따로 있는데 획일적인 논리로 모든 고등교육기관에 접근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진행자: 정부가 얘기하는 취업 유망 학과로는 어떤 것들이 꼽히고 있나요?

리포터: 일단 등록금을 낮추겠다고 발표한 전공들은 간호학, 심리학, 어문학, 교육학, 농업, 수학, 과학, 보건학 등이 있습니다. 정부는 해당 학문들에 대한 정부 지원 비율을 높여서 학생들이 한 해당 약 3700 달러에서 많게는 7,700 달러 정도의 등록금만 지출하도록 조정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의학과 치의학의 경우 등록금 변동이 없고요. 반면 법학과 상경학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은 등록금을 28%가량 인상할 예정입니다. 또 인문학 관련 전공에 대해서는 등록금을 두 배 이상 올려서 현재 가장 학비가 높은 법학과 상경학과 같은 수준으로 인상한다는 계획입니다. 수치로는 약 113% 정도가 인상되는데요, 구체적으로 3년 과정의 인문학 학위를 따는 데 드는 등록금으로 보면 기존의 약 2만 달러에서 4만 3500 달러 정도로 두 배 이상 훌쩍 뛰는 셈이죠.

진행자: 법학과 상경학은 기존에 대표적으로 취업과 직결되는 학과로 꼽혔는데, 이번 판데믹으로 인해 산업의 지형도가 상당히 바뀌면서 역으로 등록금 인상의 멍에를 지게 되었네요. 반면 인문학 등록금을 두배 올린다는건, 정부가 보기에 가장 취업에 필요없는 학과가 인문학이라는 말이 되는데요.

리포터: 그렇습니다. 철학이나 문학, 사학 같은 순수 학문이 해당합니다.

진행자: 사실 이건 어느 나라를 봐도 순수학문을 취업을 위한 목적으로 공부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럼에도 순수학문이 계속 대학에서 연구되고 보존되는 데에는 취업 이면의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데요.

리포터: 네 그렇습니다. 현재 가장 큰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부분입니다. 정부가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하고 있다는 건데요. 사실 이러한 우려는 일부 대학들의 취업 위주 학과 편성 정책에 계속해서 쏠려 왔던 우려인데요. 졸업 후 취업률에 도움이 되는 학과들 위주로 예산이나 자원을 분배하는 경향이 크고, 지원이 필요한 순수학문에 대해서는 외면한다는 우려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가 아예 정책적으로 이러한 패러다임을 다시금 강하게 확언하면서 이러한 우려에 불을 붙였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결국 취업 안되는 학문을 공부하고 싶으면 돈을 많이 내라, 즉 등록금을 감당할 여력이 없으면 취업 잘 되는 학문을 공부해서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하라는 논리가 되는데요.

리포터: 그렇습니다. 이번 발표는 대학을 일종의 취업양성소로 인식하는 정부의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데요. 가장 큰 우려가 되는 점은, 순수 인문학 같은 경우에는 당장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일 수는 있어도 사실 한 나라의 인재들이 함유하는 창의력이나 사고력, 논리력과 직결과는 학문이라는 건데요. 실제로 유망 벤처회사나 IT업계에서 순수인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핵심 인재로 일하고 있는 경우도 많이 있고요. 이러한 논리력, 사고력과 같은 지성의 힘은 결국 한 나라의 국력이 되는 셈인데, 이는 기초학문에 대한 투자나 국가적 관심에서 발원될 수 있거든요. 현재 호주의 국제학업성취도 결과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지속적으로 저하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기초학문에 대한 경시가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가장 큽니다.

진행자: 반면 기초과학 분야, 보통 스템(STEM) 이라고도 하죠, 과학, 기술, 공학, 수학 이런 분야는 등록금 완화 카테고리에 들어갔어요.

리포터: 네 그렇습니다. 미래산업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되는데요. 그나마 환영할 일이지만, 그래도 인문학 분야에 대한 차별적 정책이 상당히 우려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진행자: 현재 가장 우려가 큰 것은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인문학계 종사자들일텐데요. 공식적으로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과’라고 낙인찍은 셈이 아닙니까.

리포터: 네 그렇습니다. 실제로 학생단체들과 교육계 단체들에서 강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국학생연합인 NUS는 대학은 취업공장이 아니라면서 전공에 따라 등록금을 차별화하는 것은 다른 학문 분야에 대한 존중 없이 오히려 기초학문을 해하는 행위라고 비난했습니다. 이렇게 등록금으로 차별하는 것이 바로 학문에 대한 차별이며, 학생들의 선택의 자유를 빼앗아가는 정책이라는 비판입니다.

진행자: 실제적으로 내년도인 2021년에 입학하는 학생들부터 해당 정책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요. 그렇다면 순수학문을 공부하려고 계획했던 학생들의 경우 어떤 구제책이 있을까요? 등록금이 너무 많이 올라서 원하는 공부를 포기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겠어요.

리포터: 네 충분히 그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입장은 다른 복수전공이나 선택과목을 통해서 이러한 등록금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요. 예를 들어 문학을 공부하고 싶으면 등록금 감면 대상인 어학을 같이 하거나, 법학을 공부하고 싶으면 마찬가지로 등록금이 감면되는 IT나 공학을 선택으로 같이 공부하거나 하는 식으로 학생들의 선택을 독려한다는 입장입니다.

진행자: 어쨌든간에 학문별로 학생들의 공평한 선택의 기회를 없앤다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네요. 앞으로 불경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극심한 취업 한파가 예상되는 가운데 대학 진학을 고려하는 분들이나 진학을 준비중인 현재 고등학생들의 경우는 이번 정부 발표를 잘 참고삼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수민 리포터 수고 많았습니다.


보도일자 2020.06.26

SBS LANGUAGE-한국어 https://www.sbs.com.au/language/korean/audio/education_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