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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플란 쓰기 영역 난이도 조절 실패 논란

한국교육원 0 7967
가장 공신력 있는 학업성취도 지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전국학업성취도평가(NAPLAN)가 쓰기 영역에서 오류가 발견돼 공신력에 흠집이 생겼다.
 
호주교육과정평가위원회(ACARA)는 올해 NAPLAN의 쓰기 영역 점수 평균이 하락한 것은 학생과 교사의 실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올해 시험 쓰기 영역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인정했다.
 
쓰기 영역은 올해 NAPLAN 시험에서 평균이 하락한 유일한 영역이다. 지난 2008년 처음 도입된 NAPLAN의 쓰기 영역은 원래 ‘서술형’(narrative)이었으나 2011년부터는 ‘논설형’(persuasive)으로 바뀌었다.
 
ACARA는 올해부터 쓰기 영역의 글쓰기 장르를 서술형으로 할지 논설형으로 할 지 미리 알려주지 않고 시험문제를 받아봐야 알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올해 쓰기 영역 평균이 하락한 데에는 학생들의 학년을 고려하지 않고 전 학년이 동일한 글쓰기를 하도록 설계한 이유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일례로 8세인 3학년 학생들은 15세인 9학년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규칙이나 법을 선택하시오’와 같은 문제가 출제됐다. 문제의 세부 지시사항으로는 “이 규칙이나 법이 왜 바뀌어야 하는지 독자를 설득시키시오”라고 돼 있으며, 합당한 이유도 제시하라고 쓰여있다.
 
전문가들은 어린 학생들에게는 너무나 복잡한 문제유형이며 고난도의 쓰기 기술을 요하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 “학생들의 쓰기 능력 잘못 평가하고 있다” = NAPLAN은 매년 5월에 시행되는 시험으로 3, 5, 7, 9학년 학생들의 읽기, 쓰기, 철자, 문법 및 맞춤법, 수리 능력을 평가한다.
 
지난 2013년 결과와 비교해 쓰기를 제외한 전 영역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읽기, 철자, 문법 및 맞춤법, 수리 영역은 2008년에 비해서는 약간 상승했다.
 
쓰기 영역에서 낙제점을 받은 학생의 비율은 매년 2-3%씩 증가해 왔다. 쓰기 영역이 매년 어려워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에 대해 ACARA 측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밝혔지만 해마다 고득점자의 점수도 2011년 이래로 4%포인트씩 감소하고 있어 쓰기 영역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백지로 내거나 질문에서 요구한 사항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답변을 했을 때 나오는 0점을 맞은 학생의 비율도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ACARA 측은 0점을 맞은 학생의 비율에 대한 자료 공개 요구를 묵살했지만 NSW교육위원회(Board of Studies, Teaching and Educational Standards)는 0점을 맞은 학생의 비율이 4학년은 20%, 3학년은 무려 61%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ACARA의 롭 랜달 위원장은 학생들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혼란스러워 할 만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랜달 위원장은 지난해에도 요리에 관한 쓰기 문제가 남자 학생들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올해 쓰기 영역에서 불거진 문제도 이와 비슷한 종류의 문제라고 진화에 나섰다.
 
랜달 위원장은 “매년 쓰기 교과과정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쓰기 문제를 개발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쓰기 학습 및 평가 전문가인 피터 냅 씨는 “최근 NAPLAN의 자료를 보면 ACARA가 학생들의 쓰기 능력을 계속해서 잘못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올해 쓰기 영역의 경우 초등학생들에게는 분명 부적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기운 기자 edit@hoj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