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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되는 시드니 학교의 양극화 현상

한국교육원 0 9030
시드니 서부 공립 이민자 학교, 부촌 명문 사립 백인 학교
 
시드니 서부 지역에 소재한 일부 공립학교 전체 재학생에서 비영어권 출신 학생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거의 100%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자 이에 대한 찬반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서부지역 공립학교와 셀렉티브 스쿨에는 비영어권 출신 이민자 학생들로 가득차고, 시드니 부촌의 명문 사립학교의 경우 앵글로 백인 학생들의 구성비가 압도적이 되는 등 시드니 학교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이민자들이 게토화에서 벗어나 사회적 통합을 이루고 있는 현상이다”라는 상반된 견해를 보이는 학자들도 상당수다.

학자들의 우려대로 시드니의 학교들은 지역별로 독특한 학생 구성비의 특징이 뚜렷해지고 있다.

UTS(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대학의 다문화 전문학자 크리스티나 호 박사의 논문에 따르면 시드니 ‘오번 걸즈 하이’의 경우 전체 782명의 재학생가운데 앵글로 출신의 호주학생은 단 15명에 불과했다. 반면 오번 지역의 인구 구성비에서는 앵글로 호주인들의 비율이 압도적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엘리트 스쿨 제임스 루스의 이민자 학생들의 구성비는 97%, 노스 시드니 걸즈는 93%로 각각 나타났다.

UTS가 ‘My School’ 웹사이트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시드니 서부지역에 소재한 학교에서 앵글로 계 호주학생들의 등록률이 가장 낮게 나타났으며, 일부 학교의 경우 100명 당 단 2명만이 백인 학생이라는 산술적 자료가 제시됐다.
 
오번 외에도 펀치볼, 캔리 배일, 그랜빌, 월리 파크, 뱅크스타운, 벨모어, 카브라마타 지역의 공립학교 역시 앵글로 학생의 구성비는 2%~3%에 불과했다.

노스 지역의 채스우드 하이스쿨 역시 전체 재학생의 67%가 비영어권 출신 학생들로 나타났으나 인근 레인 코브의 세인트 이그나티우스 칼리지의 경우 이민자 학생들의 구성비는 단 8%에 불과했다.

이민자 학교의 언어적 다양성…최다 69개 언어 배경
 
이처럼 비 영어권 배경의 학생 비율이 높은 공립학교들의 경우 학생들의 언어적 다양성도 범상치 않다. 적게는 2~3개 언어에서 많게는 재학생들이 사용하는 언어 수가 수십개에 이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비영어권 출신 이민자 학생 구성비가 96%를 웃도는 시드니 서부 뱅크스타운 공립 학교의 경우 아랍어권 학생이 30.8%, 베트남어권이 25.8%, 표준 중국어와 광동어권이 8.8%, 사모아어권 6%, 마케도니아어 권 3.4%로 나타났다.
 
리버풀 공립 학교의 경우 아랍어 배경의 학생이19.9%, 세르비아 계 학생이 18.9%, 힌두어 계가 11.8%로 각각 나타났다.
 
또한 파라마타에 소재한 아서 필립 고등학교의 경우 재학생 1,566명이 69개 언어적 배경을 지닌 것으로 파악됐다.

아들레이드 대학교의 인구통계학자 그래엄 휴고 교수는 “이민자 학생들이 지나치게 몰렸다라는 편견이 존재하겠지만, 꽤 균등한 비율의 다양한 언어 그룹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휴고 교수는 “다문화 배경의 가족들이 지역 사회에 정착하는 데 학교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비영어권 출신 학생들의 구성비가 압도적인 학교에 특정 언어권 학생들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경우도 지적됐다.

실제로 시드니 특정 지역의 일부 학교의 경우 전교생의 대다수가 아랍권으로 파악된 것.

휴고 박사는 “이러한 극단적 예외에도 불구하고 시드니 서부와 남서부 지역의 대부분은 호주에서 가장 다양한 문화적 통합을 보여주는 지역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러한 지역에 소재한 공립 학교의 유치원에 원생들은 대부분 영어를 거의 못하는 상태로 입학하지만 대부분 곧 영어에 익숙해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뱅크스타운 공립학교의 그레그 매이슨 교장은 “지역사회가 학교를 ‘기회의 전당’으로 간주하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성취감과 관용의 정신, 그리고 국제화의 배경을 인지하게 된다”면서, 교육적 다양성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그는 “가정에서 모국어를 사용하고 학교에서 영어를 사용하면서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의 친구들과 ‘영어’로 연결되고, 학생들은 완벽한 이중언어 구사자가 된다”고 강조했다.

“학교의 다양성 그 허와 실은…?”
 
NSW주 교육감을 역임한 NSW 지역 사회 위원회(CRC)의 스테판 커켸셰리안 위원장은 “학교에서의 민족적 다양성이 도전 이상의 많은 기회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화와 언어의 다양성이 학생들의 학습 환경을 넓혀주고 더 많은 것들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는 촉진제가 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몇몇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오히려 역효과를 발생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나쉬 대학교의 인구 전문가 봅 버렐 박사는 “다문화적 언어 배경에서 온 학생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학교는 언제나 성적에서 뒤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내의 언어적 다양성이 안겨주는 의미는 크지 않다”고 단정지으며, “더 나아가 특정 지역의 학교에 비 영어권 출신 학생들이 집중되면 호주 태생과 영어권 출신 학생들이 해당 학교와 지역에서 대탈출하는 현상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봅 버렐 박사의 이같은 경고는 이미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시드니 레인 코브의 세인트 이그나티우스 칼리지의 경우 이민자 학생들의 구성비는 단 8%에 불과하며, 시드니 동부 부촌 역시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인구 구성비에서 이민자들이 23%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노스 시드니 지역에 소재한 명문 사립학교인 위노나 여학교의 경우 비영어권 출신 학생의 구성비는 ‘0’이라는 믿기 어려운 통계도 제시됐다.
 
이에 대해UTS(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대학의 다문화 전문학자 크리스티나 호 박사는 “앵글로 출신 호주인 부모들이 이민자 학생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립학교로 자녀들을 전학시키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진단했다.

호 박사는 “앵글로 계통 학부모들에게 공립학교는 마치 이민자 자녀들의 ‘게토’로 비치고 있는 실정이다”면서 “학교 별 학생들의 출신 구성비가 지역별 인구 분포도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할 사안이다”라고 역설했다.

그는 “한 학교 재학생의 97% 혹은 98%가 이민자 자녀들이고 앵글로 출신 학생이 거의 전무하다면 호주사회가 지향하는 다양성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사실상 분명 게토”라고 지적해 아들레이드 대학교의 인구통계학자 그래엄 휴고 교수와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호 박사는 “얼마 후면 아마도 ‘지역 공립학교에 아시아 학생, 레바논 학생 혹은 무슬림 학생, 원주민 학생들이 지나치게 많다’는 탄식이 터져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소수민족사회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지만 학교에서는 ‘소수는 소수에 머물러야 한다’는 통념이 팽배하다”고 지적하면서 “공립학교의 게토화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그러한 정서가 팽배하다”고 덧붙였다.

호 박사에 따르면 일부 공립학교에서 이런 현상은 지난 20년 동안 가속화됐다.

현재 전체 가톨릭 학교의 이민자 학생 구성비는 37%, 일반 사립학교의 경우 22% 가량인 것으로 파악됐다.

호 박사는 “연방정부의 사립학교 지원정책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현재의 정부 정책은 소수민족학생 집중 및 격리 현상을 동시에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TOP신문 이다슬 기자